인터넷 채팅 큰 코 다친다
[대구일보] 2006-02-08 22:02
여고생, 처음만난 20대 남자에 납치 “재미삼아 한 채팅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지난 7일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20대 남자에게 납치돼 하루 만에 풀려난 A(18)양은 평소 채팅을 즐기는 학생은 아니었다. 여느 여학생들처럼 학교생활을 해 오던 A양은 수능 이후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인터넷 채팅에 손을 댔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지난해 7월, 대구에서 원조교제를 미끼로 강도짓을 하다 교통사고로 친구까지 죽게 한 가출 청소년들의 어이없는 범죄 행각 역시 인터넷 채팅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이모(15)양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불과 수 분만에 많은 남성들로부터 성매매 제의 쪽지를 받았고, 그 중 한명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채팅이 가출 청소년들의 성매매나 납치 사건 등 주요 강력 사건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특히 가출 후 돈이 궁한 10대 소녀 상당수가 채팅을 통한 성매매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00일간 성매매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적발된 성매매 사범 중 전체의 45.2%가 인터넷 채팅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경찰에 접수되는 청소년 성폭력과 성매매 사건의 90%이상이 채팅을 통해 일어난다”며 “채팅 가출 청소년들의 돈벌이 창구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채팅을 매개한 범죄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은 채팅 이용자의 대부분이 10대이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채팅이 성에 대한 호기심 해소 및 이성을 만나기 가장 쉬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청소년온라인채팅과성적일탈행위와의상관연구’에 따르면 채팅 상대 연령 중 10대가 조사대상의 81.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채팅으로 인한 성적 요구 해소에도 11.6%가 ‘그렇다’고 답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구가출청소년쉼터 백경록 간사는 “채팅이 청소년들에게 일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가출 청소년들에게는 성매매 등의 범죄 통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무조건적인 인터넷 사용 금지 보다는 사이버상의 다양한 컨텐츠 개발 등으로 건전한 커뮤니티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