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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들에게
펜사콜라 2006-04-03 14:38:31   1,336
해설 - 이 책을 읽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들에게

아라키 가즈히로 일본 토쿠쇼쿠 대학교수

내가 이 책의 한국어판을 입수한 것은 해이세이 14년 2002년 2월 하순이었다. 이 책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마이니치 신문 시모카 편집위원이었다. 시모카와씨가 전화로 "서울에서 이런 책을 발견해서 저자도 만나고 왔다"고 했는데 바로 믿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나중에  직접 책을 받아보고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책을 낼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달 일이 있어서 나리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한국여성이 잠깐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보더니 "그 책은 일본인이 쓴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아니오, 한국사람이 쓴 것입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여성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만난 저자 김씨는 이런 책을 쓴 사람으로서는 대단히 태연했고 특별한 것을 한다는 긴장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본서를 일관하는 골격은 극히 튼튼한 것이고 자기 변호나 일본에 대한 아첨도 없다는 것은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 있을 때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주위를 둘러보곤 했다. 원저의 뒷표지에는 "(한국은)불법점령하고 있는 독도를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라는 글자가 크게 써져있는 것이다. 뭔가 지하활동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이것은 한국의 언론 공간이 자유국가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정도로 폐쇄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론 미디어와 학회, 또는 정치의 자리에서는 "일본은 조선 통치기간에 좋은 일(도) 했다"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것이지만 나 자신이 어느새 그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즉 별 생각없이 그저 한국을 전혀 다른 세계라고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미디어 보도만 접하는 사람한테는 못믿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한국 안에서도 일본을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을 정말 싫어한다면 연간 1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일본을 방문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반일은 극히 관념적인 것이고 실태와 괴리된 것이다. 그러나 학자와 기자들의 세계는 지극히 관념적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반일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관념은 북한의 한일이간공작 등과 맞물려서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

이 관념적 반일이 어디서 유래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최소한 "식민지시대가 전례가 없을 정도의 압정(壓政)이었기 때문이다"는 것이 허구라는 사실은 본서를 읽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한일합병 이후 조선반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한 것은 생산력이 증대하고 생활이 풍족해졌기 때문이고 그것만 봐도 일본통치의 성과는 입증되는 것이다.

한국의 반일감정은 왜 이토록 강한가.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은 일제시대에 조선사람들이 거의 완전히 동화돼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동화됐기 때문에 일본에서 분리된 이후 자기 정체성 identity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저항하고 있었다"라거나 "일본지배는 너무나 극악무도해서 저항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우울한 날을 지내고 있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산케이신문 서울특파원 쿠로다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40년대 당시 소년이었던 한국인들은 전시체제하 교육으로 의식은 90%이상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국인의 증언이 있는데, 쇼와19년인 1944년 봄, 유학처인 동경에서 일단 귀향했을 때 서울(당시는 경성) 종로의 극장에 들어갔더니 뉴스영화에서 상영되는 일본군의 전황에 대한 화면을 보면서 관객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 사람에 의하면 당시 동경에 있는 극장조차 이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조선인도 드디어 일본인으로 돼버렸구나"라고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말한다."("한국의 역사관" 문춘신서, 1998년)

실태는 아마 이랬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전쟁에 지지 않았다면 이 상태도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 시기 독립운동은 조선 안팎을 가릴것없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반체제 운동을 해왔던 고 함석헌씨는 이렇게 말한다.

"해방 후 화가나고 보기 흉한 일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로 화가 난 일은 이 해방을... 이 나라가 해방된다고 처음부터 알았던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이다" (고난의 한국민중사. 신교출판사)

현실이 그랬기 때문에 거꾸로 관념의 세계로 부정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해진 것이다. 하긴 저자가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전후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을 반일감정의 이유로 말했고 공역자인 나의 아내는 조선통신사 시대부터 비슷한 대일인식은 존재했다고 하니 반일감정의 이유는 하나가 아니고 더 뿌리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본서는 읽는 사람마다 여러 반응이 있을 것이다. 독자의 의견을 방해하면 안되지만 하나의 참고로써 사견을 말하고 싶다.

제1부 동트는 아시아. 제2부 오렌지밭에서 사과를 찾다

여기가 본서의 중심부이다. 근대 세계사에 있어서 일본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은 강압적으로 병합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것은 한국의 역사교과서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교과서나 일본정부의 견해, 많은 언론의 통념들을 모두 다 뒤집어놓은 의견이다. 이 의견으로부터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일본)는 이 반세기동안 뭣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좌익이었기 때문일까 김씨 의견의 많은 부분이 맑스주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으로 본 결과 한일병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대단히 재미있다. (최근 흥미로운 현상은 한국에서 김씨뿐만 아니라 근대사에 있어서 일본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前 좌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씨는 광주사건 당사자의 하나이기 때문에 박정희부터 노태우까지 이른바 "군사정권"에 대해서는 평가가 좋지않다. 이 점에 관해서 나는 김씨와 약간 의견이 다른데, "군사정권"도 한일병합과 같이 한국 내에서는 부당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김씨와 의논해 나아가고 싶다.

제3부 상생의 역사

여기는 주로 조선반도로부터 본 근대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다. 일본 명치유신과 거의 동시에 조선에도 서구열강의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일본을 모범으로 해서 근대화를 진행하려고 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그 시도는 몇번이나 실패해버렸다. 조선왕조가 부패하여 독립국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제 불가능해졌을 때 선택은 일본과의 합병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읽다 보면 이조시대가 너무 심했다는 점에 기가 막힌다.

그러나 한 면에서 그 조선을 다시 세우려고 한 사람들이 손을 잡는게 일본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일본)도 약간 자랑스럽고 역사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원래는 대한제국의 독립이 유지되면서 일본과 우호적인 개혁파가 정권을 취하고 근대화를 진행하는 게 Best였겠지만 그것을 못했던 이상 한일병합은 차선의 책이었다. 물론 병합에 반대해 큰 고생을 겪으면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도 존경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일병합을 지지하고 그것으로 인해 근대화를 진행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도 경의를 표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내의 평가를 떠나 우리 일본인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제4부 가미가제의 후예들

"일본인의 속마음"은 정치가/고관의 "망언집"이다. 유명한 "망언"이 많아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대부분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발언한 사람이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대목을 읽으면서 당사자가 아니라도 "뭐야,사과하지 말았을 걸"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 것이다. 앞으로 새로 "망언"을 말하고 한국에서 비판된 일본 정치가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기대된다.

저자 김씨는 민비 자손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지난 번에 검찰로부터 사건조사를 받을 때는 검사가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나치에 대해서는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한테서는 "저는 나치와 같은 존재일까요?"라는 자조적인 메일이 왔다.

한국내에서도 김씨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 등장하는 일은 별로 없다. "친일파"라는 평가는 어쩌다가 그 사람을 사회적으로 말살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발언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뜻으로 한일병합과 일본 근대사를 긍정하는 책이 한국에서 한국어로 출판된다는 것은 '획기적'이라는 선을 넘어서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원서는 사실상 한국 서점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외에도 서문에 있는 것처럼 김씨는 여러 방해를 당했지만 본인은 매우 태연했고 이런 부분에 전라남도청과 서울 구로구청에 농성했을 때의 피가 끓는 것일지도 모른다.

1960년대 쯤에는 "일제시대가 더 좋았다"라는 한국인이 적지 않았다. 1970년대에 들어가서 고도성장으로 생활이 좋아진 것과 전후세대가 점차 사회에 나온 것으로 인해 그런 말은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을 아는 사람, 즉 전전세대와 젊은 세대를 포함해서 현재 일본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본 욕하는 것을 별로 들은 적이 없다. 나는 한국인을 상대할 때에도 역사인식에 관해서는 꽤 확실하게 말하는 편인데, 한국과 인연을 맺은 4반세기 동안 한국인으로부터 직접 반일적인 말을 들은 기억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다. 일본 안에서는 한국의 반일에 대해서 압도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작년 교과서 문제로 혐한감정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인에게 이 책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반일에 대항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일본에 소개하는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는 나는 일본인들이 이 책을 통해 한일관계의 긍정적인 면을 봐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개화기 일본은 조선의 근대화에 협조를 했다. 일본이 존망을 걸고 싸웠던 일러전쟁에는 많은 조선의 개화파들이 협조를 했다. 한일합병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아시아 해방 이념에 찬동하고 대동아전쟁에서는 특공대에 지원하는 등 스스로 목숨을 바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런 뜻으로 본서는 새로운 한일우호에 대한 제언이고 일본에 대한 성원이고 또는 금후 일본이 세계 안에서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공개 질문장이기도 하다.

2003년 5월 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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