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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효(한국인권뉴스 대표) 세계 정치에서 '자유'와 '독재'라는 이분법은 여전히 유효한 개념처럼 다뤄지고 있다. 미국은 자랑스럽게 자신을 '자유민주주의의 등대'로 칭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상징으로 단순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진실을 가리는 교묘한 왜곡일 뿐이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모델은 이론상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멀며, 국가자본주의라 불러야 보다 정확한 진단이다.
국가자본주의: 이론과 현실
‘국가자본주의’라는 개념은 국가가 경제의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자본의 시장 기능을 제어하고, 자원을 국가가 직접 배분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형적인 국가자본주의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국유 기업들이 중요한 경제 부문을 장악하며, 경제의 핵심 산업들은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 시장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그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과 결단이다.
중국은 그야말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말을 사용하며 국가 주도의 경제 운영을 내세운다. 당국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주도하며, 민간 기업 역시 당의 정책과 계획을 따라야 한다. 이는 시장 경쟁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고전적인 자본주의 모델과는 상반된다. 대신, 중국은 정부가 경제를 주도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을 통제하는 구조로, 대기업들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구현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다. 공식적으로는 민간 자본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제의 핵심 분야인 에너지와 자원 산업은 대부분 국유화 되어 있고, 경제 권력은 극소수의 올리가르히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국가의 권력 구조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의 대부분은 사실상 권위주의적 국가자본주의의 하위 구조로 기능한다.
왜 공산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인가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중국은 물론 마르크스주의를 기초로 한 공산당 국가이지만, 실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은 국가가 자원을 분배하고 관리하는 자본주의적 모델에 가깝다. 러시아 역시 과거 소련의 중앙집중적 계획 경제에서 벗어나면서 민간 자본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국가가 자원을 조작하고, 대기업과 권력층이 밀접히 연결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공산주의라고 정의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단순화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국가자본주의는 권력과 자본이 결합하여 경제를 지배하는 시스템으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자본주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체제에서는 시장의 경쟁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으며, 국가가 경제 활동의 중요한 결정권자 역할을 맡는다.
정치적으로 왜곡된 이데올로기 프레임
그럼에도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를 두고 ‘공산주의’나 ‘전체주의’로 묘사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유 대 전체주의”라는 전통적인 냉전 구도를 활용함으로써 국제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자국민들에게는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공산주의’의 후예로 단순화하는 것이 그들의 정치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인 셈이다.
이러한 정치적 전략은 대중이 복잡한 현실을 간단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유와 독재,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분법은 오늘날의 정치·경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정치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어가고 있다.
네오파시즘과 국가자본주의의 이중적 구도
국제정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더 이상 단순한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의 상징으로 묘사될 수 없다. 이들 국가의 경제 모델은 명백히 국가자본주의로,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자원 통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서방은 여전히 이러한 국가들에 대해 “전체주의”라는 프레임을, 자신은 자유의 수호자라는 명목으로 국제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이러한 단순화된 구도는 오늘날 국제정치의 핵심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권력의 구조적 변화와 자본의 변형된 현상을 네오파시즘이라고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 한, 우리는 자유와 독재라는 이분법에 갇혀 제대로 된 국제정치 분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국제정치에서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도전이다.
“자본은 민간에 있지만, 그 리모컨은 권력자가 쥐고 있다”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대중은 선악 연극의 소비자가 된다”
“21세기 히틀러 무솔리니는 네오파시즘과 더불어 부활한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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